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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1

20191005

아마 이런 곳에 일기를 써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 의미 있고 뜻 있는 것이라 믿는다. 맹신까지는 아니지만, 신뢰의 의미 정도는 될 것이다.

우울증은 힘들다. 여느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타인은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그것을 겨우 메우는 것은 공감이다. 공감으로 얻는 것은 자신이 좋지 않은 상태임을 직시하도록 도와준다. 그런 과정을 거치니 눈앞은 낭떠러지로 가득하다. 낭떠러지를 넘어 안개가 낀 곳을 맨눈으로 겨우 살피면 또 다른 낭떠러지가 보인다. 아주 희미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절벽은 회색빛을 띠고 흑과 백의 구분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미래라고 부른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불안감이 초가 흐르는 지금 멈출 수도 있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여전할 수 있다. 인터넷에 멍청한 글을 쓰고 욕을 얻어먹고 인터넷에서 만난 수상쩍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나누는 것도 그 불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두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숨을 이어가므로 나는 할 말이 없다. 모두가 식은땀과 떨림에 익숙해질 세상이 무섭다. 

인간은 무너지는 생물이다. 말 그대로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든 사람과 충돌해 산산조각이 나든 사람은 무너진다. 그리고 다시 스스로 조립을 해 일어선다.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것은 고유의 성질이나 마찬가지임을 알 필요가 있다. 세상과 가족은 일어서라 고함치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독하게 외로운 싸움인 것이다. 우리는 요리하는 것과 밖에 나가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한다. 

가족은 성가시다. 정말이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가족은 기생해 영양분을 빨아먹는 충으로 느껴진다. 매일 보는 사람들이며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말하는 횟수는 많고 답변하기엔 내가 너무 짜증나고 귀찮아 하는 상태이다. 그것은 하나의 낭떠러지와 같다. 영원히 올라갈 수 없게 느껴지는 가파름은 마음을 좌절하게 만든다. 




요즘엔 기계의 편리함을 매일 생각한다. 집 밖에 나가있을 때 종이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일기를 보면서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적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만 뒀다. 할 일이 많다. 그것은 나의 가죽 밑을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는 뜻이다.

노력의 성과는 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노력을 잘 못한다. 공부에서든 취미 생활에서든 그것은 돌연 얼굴을 바꾸고 나를 괴롭힌다. 성적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거나 시험을 볼 때 나는 심장을 터뜨릴 것만 같은 압박감에 휩싸인다. 이렇게 될 때까지 무엇을 한 것인가 싶고 나는 도대체 뭘 위해 이딴 짓을 하고 있다 싶어진다. 이럴 땐 별 수가 없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잠에 든다. 

어느날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난 울었다. 과거 그렸던 노트를 펼쳐보면서 나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쿡쿡 쑤시는 감각을 무시해야만 했다. 알록달록한 형광펜과 스티커로 장식했던 일기장이나 플래너도 구석으로 집어 넣고선 단촐한 줄노트로 바꿨다. 그리고 그런 줄노트로 바꾼지 3년 정도가 지났다. 지금 쓰는 일기장은 3번째 노트이다. 

최근 들어서 자꾸 무언가를 까먹는 일이 늘었다. 양말을 신는 것 같은 사소하고 우스운 일에서 부터 시작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나 개인 활동을 하는 여러 사람에게 영향이 가는 것을 잊어버린다. 난 그 부분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경멸하고 두려워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경계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이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마주칠 여러 낭떠러지에 일부일 뿐이지만 사람들이 절벽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있다. 잘못해서 발을 헛디디면 죽을 수도 있어서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울렁거리는 속을 붙잡은 채 난 아직 살아있다. 이 말은 계속해서 안개를 해치고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젠 잘 모르겠다. 내가 살아있는 것이 맞는지 이것이 현실인지, 꿈은 아닐지 계속 생각한다. 약 기운인지 기분 때문일지 모르는 몽롱함에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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