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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끝까지 붙잡을 걸 그랬지

11번째로 죽기 전에 클라라와 말할 시간이 있었다면

닥터의 시간까지 스포일러 O



클라라, 있지, 난 널 만나기 전에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어. 어, 아니. 어어, 둘은 결혼한 사이었다구. 그래, 그 둘은 정말이지 천생연분이었어. 남자애가 2천 년 동안 기다렸다는 게 믿어져? 여자애는? 여자애는⋯ 이름이 연못을 닮았지. 날 반겨줬어. 내가 타디스를 몰고 추락했을 때, 그 애 집 마당에 추락했었거든.

아멜리아. 아멜리아 폰드. 그 애는 부모 없이 자란 아이였어. 자기 방에 있는 커다란 금을 고쳐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거야. 살펴보니까 그 금은 시공간에 만들어진 금이었어. 우주가 상처를 입은거야. 그리고 그 애는 우주가 흘린 피를 매일 밤 맞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거지.

그 애랑 여행하다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어. 하늘에 날아다니던 달렉을 기억하지 못한다던가, 사이버맨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던가. 처음엔 대담한가 싶었지, 근데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는 거였어. 그 금은 타디스가 폭발하면서 만들어졌는데, 무슨 이유로 그 금이 자꾸 여러 사건들을 빨아들이는 거야. 아멜리아의 아빠나, 엄마, 사이버맨, 달렉 같은 것들을. 결국엔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난 그들을 잃었어.

로리, 로리 윌리엄스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지. 한 사람을 위해 2천년을 더 오래 기다렸으니까. 두 번째 빅뱅이 있기 전에 로리는 마지막 백부장이었어. 로마인이 돼서는 갑옷을 입고 나타나더니, 손에서 총을 쏘더라고. 그래, 손에서 말이야. 말도 안 되지? 걔 몸이 플라스틱이었거든.

리버⋯ 리버는. 리버는 정말 멋졌어. 정말. 진짜야, 너도 만나봐야 해. 정말 멋진 사람이거든. 빛이 나. 정말이야.

⋯난 언제 그들과 잠시 헤어진 적이 있어.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난 무서웠단 말이야. 한순간의 실수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긴 싫었어. 세상에 이상한 큐브가 생겨났을 때 있지? 그거 우리가 해결한 거다? 그래서 방심했나 봐. 사라졌어. 눈 한 번 깜빡했다고⋯

난 폰드를 처음으로 만났어. 아니, 이 얼굴로 말이야. 지금보다 더 누더기 같은 몰골로. 그리고 그 애는 날 기다려줬어. 어렸을 때 내가 잠시 시간의 금을 보러 타디스에 탄 순간부터 같이 여행하면서까지. 어쩌면 죽어가면서도 날 생각해줬을지도 몰라. 난 그 애를 향해 달려갔었고 폰드는 기다려줬는데, 난 갈 수가 없었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항상 그럴 거라고 약속해 줬는데 난 아직도 아멜리아의 용서를 받아들일 수 없어, 클라라.

아마 끝까지 붙잡을 걸 그랬나 봐. 같이 가자고 얘기했어야 했을지도 몰라. 잠시 헤어지지 말고 같이 꼭 붙어 다녔으면 좋았을지도 몰라, 클라라.

클라라, 아마, 아마도. 내가 다른 모습이 된다면 무척이나 놀라울 거야.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겠지. 노란색 빛이 나와도, 헉, 놀라지 마. 아마, 아마 새로운 재생성 시기가 시작돼서,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을 거야. 완전 다른 사람 같을 거야. 놀라지 마, 놀라면 어쩔 수 없고. 그리고 고마워, 모든 게. 날 살려줘서. 내 모든 순간에 있어줘서 고마워. 

하지만 장담할게. 너를 폰드처럼 보내지 않을거야. 끝까지 같이 있어 보려고 노력할게. 그건, 지금의 모습이 아니게 되어도 장담할 수 있어. 날 살려준 보답은 해야지, 그렇지? 그래. 울지마. 

아멜리아!

내가 이 얼굴로 처음 봤던 사람.

⋯우린 모두 변해. 살아온 날을 생각해봐. 우린 일생을 살면서 계속해서 다른 사람이 돼. 변하는 건 좋은 거야, 앞으로 나아가는 거니까. 과거의 모습들을 기억하는 한 그 모습들은 사라지지 않는 거야. 난 내 모습을 잊지 않을 거야. 단 하루도, 잊지 않아. 

내가 닥터였던 시간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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